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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저강도 우울증’, 그 신호들

yourhealther 2025. 4. 22. 13:36

“별일 없는데 자꾸 무기력하고, 감정이 납작해집니다.”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슬픈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사람을 만나고 나면 더 피곤하고, 즐겁던 일들이 더 이상 즐겁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를 겪고 계시다면, 단순한 게으름이나 컨디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최근 정신의학에서는 ‘저강도 우울증(High-functioning Depression)’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잘 살아가지만, 속에서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상태.

오늘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조용한 우울의 신호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울은 반드시 눈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나는 잘 지내요”라고 말합니다. 직장에도 가고, 약속도 하고, 겉으론 아무 문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내면을 느끼고 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 감정이 납작해지고 아무 일에도 반응이 없다
  • 사람을 만나면 지치고, 혼자 있고 싶어진다
  • 이전에는 재미있던 취미에도 흥미가 없다
  •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늘 피곤하다
  • 자신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기능적 우울증’ 또는 ‘저강도 우울증’의 대표적 특징입니다.

저강도 우울증이란?

저강도 우울증은 공식 진단명으로는 ‘지속성 우울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 PDD)’에 가까우며, 강한 우울 증상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가라앉은 정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눈물, 절망 같은 극단적 증상은 드물다
  • 겉보기엔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 그러나 내면에는 공허감, 무기력, 자존감 저하가 존재

문제는 이 상태가 ‘당연한 기분’처럼 무시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방치될 경우, 중증 우울장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저강도 우울증을 유발할까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 만성 스트레스 (직장, 인간관계, 가족 문제 등)
  • 감정 표현의 억제 또는 회피
  • 수면 부족, 불규칙한 생활 리듬
  • 사회적 고립 또는 고립된 감정
  • 도파민, 세로토닌 시스템의 불균형

특히 ‘잘 해내야 한다’, ‘나는 괜찮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저강도 우울을 더 쉽게 겪게 됩니다.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회복 전략

  1. 하루에 단 10분 ‘감정 기록’ 하기
    - 이유: 감정을 ‘언어화’하는 순간, 뇌는 해소를 시작합니다
    - 방법: 오늘 기분, 원인, 내 생각을 한 문장씩 써보세요
    - 팁: 글이 아닌 음성 녹음도 효과적입니다
  2. 하루 1회 '햇빛 걷기’ 루틴
    - 이유: 세로토닌 분비 +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생성
    - 방법: 아침 또는 오전 중 15분 햇볕 아래 걷기
    - 주의: 선글라스 없이 자연광을 직접 눈에 받는 것이 중요
  3. 작은 일이라도 ‘성취감’ 체크
    - 이유: 우울은 ‘쓸모 없음’에서 출발합니다
    - 방법: 오늘 했던 사소한 일 하나를 체크하세요 (이메일 정리, 설거지 등)
    - 팁: 하루 1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4. 사회적 연결 최소 1회 유지
    - 이유: 고립은 우울을 심화시킵니다
    - 방법: 짧은 인사, 전화 한 통, 댓글 하나로도 충분
    - 주의: 질보다 ‘존재감 확인’이 핵심입니다
  5. 전문가 도움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
    - 이유: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정서의 패턴이 있습니다
    - 방법: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초기 상담 예약
    - 팁: 진단이 아니라 ‘정서 리셋’이라 생각하세요

실제 사례 – 조용한 우울을 지나온 경험

저 역시 겉보기엔 문제없어 보였습니다.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겉으로는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즐겁지 않았고, 다녀온 모임 후엔 말할 수 없이 피곤했으며, 주말이면 침대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나는 그냥 예민한 사람인가 보다.”

하지만 우연히 읽은 한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우울은 슬픔이 아니라, ‘의욕 없음’으로 찾아온다.”

그 후로 매일 감정을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햇빛 걷기를 루틴화하고, 소소한 일에도 성취감을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4주 후, 처음으로 “오늘 하루, 나쁘지 않았다.”는 문장이 마음에서 올라왔습니다.

오늘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우울은 거대한 감정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소리 없이 시작해, 당신의 일상에서 천천히 침투합니다.

오늘 딱 하나만 시작해보세요.

“지금 기분이 어떤지, 단 한 문장 써보기.”

그 한 줄이, 무너지는 걸 막는 첫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하루 종일 앉아 있다면? 엉덩이보다 ‘엉덩이신경’이 먼저 죽습니다” 라는 주제로 자세와 신경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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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및 출처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 (Dysthymia)", DSM-5
  • Harvard Health, "High-functioning depression: what it is and how to treat it", 2022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할 땐 뇌과학』, 심플라이프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Mental Health Guidelines, 2023